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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 오면
계절·성장 초등 고학년 문학 연계

다시, 가을이 오면

“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

서연주 작가
서연주 작가
문학창작 · 성장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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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연기하며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수업용 대본입니다.

드라마에듀LAB 연구실에서 교사·지도자와 함께 교육적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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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장 | 초등 고학년 | 문학 연계 | 사계절 시극

다시, 가을이 오면

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

글 서연주
1막 2막 3막 4막 5막

나이테 한 줄을 누르면 그 막으로 가요. 안쪽이 처음이에요.

시극 읽는 법

시극은 시처럼 읽는 연극이에요. 막마다 코러스가 같은 모양의 시로 계절을 열어요.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바뀌는지 들어 보세요.

가을이 오면코러스: 여러 명이 함께, 천천히 낭송해요
나리대사: 인물이 하는 말이에요
무대 모습지문: 보이고 들리는 것. 해설자가 읽어요
편지편지: 쓴 사람의 목소리로 읽어요

등장인물

나리5학년에서 6학년이 되는 아이. 일기를 사흘 쓰고 만다
은우나리의 단짝. 겨울방학에 바닷가 도시로 이사 간다
도담봄에 전학 온 아이. 모르는 걸 모른다고 잘 말한다
엄마나리의 엄마
선생님6학년 담임
코러스3~6명. 계절의 목소리
1막

가을

학교 뒤뜰 그루터기 / 오후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을 내려놓는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

학교 뒤뜰. 지난여름 태풍에 쓰러진 은행나무가 베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았다. 나리와 은우가 그루터기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노란 잎이 발목까지 쌓였다.

은우

(그루터기 위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이거 봐. 동그라미가 엄청 많아.

나리

나이테잖아. 한 줄이 일 년이래.

은우

근데 왜 어떤 줄은 진하고, 어떤 줄은 연해?

나리

몰라. 여름엔 쑥쑥 크고, 추울 땐 잘 못 커서 그렇대나.

둘이 바깥쪽부터 나이테를 센다. 하나, 둘, 셋… 열에서 은우가 멈춘다.

은우

…나리야. 나 겨울방학 때 이사 가.

은행잎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나리

어디로?

은우

아주 멀리. 바다 있는 데.

나리

(잎을 한 움큼 쥐었다가 놓으며) 괜찮아. 편지 쓰면 되지.

은우

너 편지 안 쓰잖아. 일기도 사흘 쓰고 말면서.

나리

이번엔 써.

종이 울린다. 둘은 일어선다. 나이테는 끝까지 세지 못했다.

2막

겨울

나리의 방 / 밤
겨울이 오면
나무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대신 숨을 고르며
지난 줄을 단단히 붙잡는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책상 위에 ‘은우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지가 여러 장 구겨져 있다. 휴대폰 화면에 은우의 메시지가 떠 있다. “여기 바다 진짜 커. 근데 친구가 없어.” 나리는 답장을 쓰다가 지운다.

나리

(편지지에 쓰다 멈추고) “은우야, 여긴 아무 일도 없어.” …거짓말. (구긴다)

나리

“은우야,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이건 너무 찌질해. (또 구긴다)

엄마

(문밖에서) 나리야, 불 끄고 자.

나리

편지 쓰는 중이야.

엄마

(문을 조금 열고) 몇 장째야?

나리

일곱 장. 다 망했어.

엄마

망한 것도 편지야.

구겨진 편지 · 일곱 번째은우야,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그루터기 나이테는 아직 다 못 셌어.
너 오면 같이 세려고 안 셌어.

나리가 구겨진 편지지를 한 장씩 편다. 하지만 봉투에 넣지 않고, 서랍 깊숙이 넣는다. 불이 꺼진다.

3막

봄

6학년 교실 / 새 학년 첫날 아침
봄이 오면
나무는 연한 잎을 내민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 무서워하면서

새 학년 첫날. 은우가 앉던 창가 자리에 낯선 아이가 앉아 있다. 도담이다. 나리는 그 자리를 보지 않으려고 칠판만 본다.

선생님

도담이는 오늘 전학 왔어요. 짝은… 나리가 해 줄래?

나리

(작게) …네.

도담

(웃으며) 안녕. 나 여기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

나리

응.

쉬는 시간. 도담이 혼자 사물함 앞에서 서성인다. 나리는 책상에 엎드린다. 휴대폰이 울린다. 은우의 메시지. “나 오늘 처음으로 누가 먼저 말 걸어 줬어. 내 짝이.”

나리가 메시지를 오래 본다. 고개를 든다. 도담 쪽을 본다.

나리

(일어나며) …사물함 세 번째 칸, 잘 안 열려. 위로 들면서 당겨야 돼.

도담

어? 진짜네! 고마워. 너 이거 어떻게 알았어?

나리

작년에 내 친구 칸이었어.

그날 저녁, 나리는 서랍 속 편지 일곱 장을 꺼내 구김을 펴고 봉투 하나에 넣는다. 창밖 화단에 새싹이 올라와 있다.

4막

여름

학교 도서관 / 백일장 날
여름이 오면
나무는 넓고 연한 줄을 긋는다
햇빛을 너무 많이 먹어서
어디까지 자랐는지도 모른 채

매미 소리. 학교 백일장. 주제는 ‘계절’. 나리와 도담이 마주 앉아 원고지를 앞에 두고 있다. 나리의 원고지에는 제목만 있다. ‘나이테’.

도담

넌 왜 제목만 써 놨어?

나리

쓸 게 너무 많은데, 하나도 못 쓰겠어.

도담

그럼 제일 작은 거부터 써. 나는 수박씨 쓸 거야. (웃는다)

나리

(원고지를 보다가) 작년 가을에… 친구랑 나이테를 세다가 끝까지 못 셌거든.

도담

그럼 그거 써.

나리가 연필을 든다. 쓰다가 지우고, 지우다가 다시 쓴다. 매미 소리가 커진다. 원고지 첫 두 줄이 채워진다.

나리의 원고지

나리

(소리 내어 읽는다) 진한 줄은 아픈 해가 아니라, 단단해진 해라고.

도담

…그거 뭔지 모르겠는데, 좋다.

5막

다시, 가을

학교 뒤뜰 그루터기 / 오후
다시, 가을이 오면
나무는 알게 된다
떨어진 잎은 사라진 게 아니라
제 몸에 동그랗게 남았다는 걸

그루터기 주변에 다시 노란 잎이 쌓였다. 나리가 혼자 와 있다. 손에는 작은 택배 상자. 보낸 사람: 은우.

나리

(상자를 열며) 뭐야, 이거.

상자 안에는 파도에 닳은 둥근 나뭇조각 하나와 편지 한 장. 나뭇조각에도 작은 나이테가 있다.

은우의 편지 · 은우의 목소리로나리야. 여기 바닷가엔 파도에 닳은 나뭇조각이 많아. 이것도 나이테가 있어. 이번엔 끝까지 셌어. 열두 개. 우리 나이랑 같아.
네가 보낸 망한 편지 일곱 장, 다 읽었어. 제일 망한 게 제일 좋았어.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나도 그랬어.
근데 요즘은 조금 짧아졌어.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도담이 은행잎을 밟으며 뛰어온다.

도담

나리야! 백일장 결과 나왔어. 너 상 탔어!

나리

(나뭇조각을 쥔 채) …그래?

도담

안 기뻐?

나리

기뻐. (잠시) 도담아, 이거 같이 세 볼래?

둘이 그루터기 위에 나란히 앉는다. 나뭇조각의 나이테를 함께 센다. 하나, 둘, 셋… 노란 잎이 떨어진다.

열하나, 열둘
그리고 지금 막
하나 더 긋는 중

— 막 —

문학 연계 수업 안내

초등 5~6학년, 2차시(40분 × 2) 기준이에요. 1차시는 시극을 읽으며 시의 표현을 찾고, 2차시는 나만의 계절 시를 써요.

배역 나누기

  • 코러스는 3~6명이 함께 읽어요. 막마다 다른 친구들이 맡으면 다섯 계절의 목소리가 모두 달라져요.
  • 지문은 해설자 한 명이 읽어요. 편지는 쓴 사람(나리, 은우) 역이 읽어요.
  • 코러스는 한 줄마다 숨을 한 번 쉬고 읽어요. 빨리 읽지 않는 것이 시극의 맛이에요.

1차시 · 읽고 찾기

단계시간활동교사 발문
열기5분실제 나이테 사진(또는 나무 단면)을 보며 줄을 세어 봐요.“왜 어떤 줄은 진하고 어떤 줄은 연할까요?”
읽기20분1막~5막 낭독막이 바뀔 때마다 “코러스에서 무엇이 바뀌었나요?”
찾기10분반복과 변주 찾기: 다섯 번의 코러스를 나란히 적고, 같은 말과 달라진 말에 다른 색으로 밑줄 그어요.“계절마다 나무는 무엇을 했나요? 나리는요?”
닫기5분나리의 원고지 문장을 다시 읽고 한 줄 감상을 써요.“‘진한 줄’은 나리에게 어떤 해였을까요?”
과학과 함께 보기실제 나무는 봄과 여름에 넓고 연한 줄을, 늦여름과 가을에 좁고 진한 줄을 만들어요. 겨울에는 거의 자라지 않아요. 그래서 진한 줄과 연한 줄이 한 쌍이 되어 일 년을 이뤄요. 이 시극은 과학 사실을 빌려 마음을 이야기해요. 시가 사실을 어떻게 비유로 바꾸었는지 함께 찾아보세요.

2차시 · 쓰고 나누기

단계시간활동교사 발문
열기5분생각 나누기 질문 하나로 시작해요.아래 질문 중 하나를 골라요.
그리기10분나의 나이테 그리기 (활동 1)“쑥쑥 자란 때와 단단해진 때를 떠올려 봐요.”
쓰기20분“○○이 오면” 시 쓰기 (활동 2), 또는 망한 편지 쓰기 (활동 3)맞춤법보다 내 마음에 맞는 말을 고르도록 격려해요.
닫기5분원하는 친구만 한 연씩 낭송해요. 듣는 친구들은 마음에 남은 낱말 하나를 말해 줘요.“그 낱말이 왜 남았나요?”

생각 나누기 질문

  1. 나리는 왜 편지를 일곱 장이나 쓰고도 서랍에 넣었을까요? 봄에 그 편지를 부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2. 은우는 “제일 망한 게 제일 좋았어”라고 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3. 나리가 도담에게 사물함 여는 법을 알려 준 순간, 나리에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4. 진한 나이테는 ‘아픈 해’일까요, ‘단단해진 해’일까요? 둘 다일 수 있을까요?

활동지

활동 1 · 나의 나이테

지난가을겨울봄여름
  • 지난 일 년을 안쪽부터 계절별로 떠올려요.
  • 쑥쑥 자란 것 같은 계절은 넓고 연한 색으로, 힘들었지만 버틴 계절은 진한 색으로 칠해요.
  • 줄 옆에 낱말 하나씩 적어요. 적고 싶지 않은 줄은 색만 칠해도 괜찮아요.

활동 2 · “○○이 오면” 시 쓰기

코러스처럼 같은 첫 줄을 반복하고, 둘째 줄부터 바꿔 써요. 계절 대신 다른 말을 넣어도 좋아요. 예: “방학이 오면”, “월요일이 오면”, “내가 열세 살이 되면”.

__________이 오면

다시, ______이 오면

활동 3 · 망한 편지 쓰기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에게,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써요. 보낼지 말지는 나중에 정해도 돼요. 나리도 봄이 되어서야 보냈으니까요.

지도할 때 살펴 주세요

  • 이별과 상실 경험 배려: 이사, 전학,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학생이 있을 수 있어요. 나이테와 편지 활동에서 힘든 일을 밝히도록 요구하지 않아요.
  • 낭송은 자발적으로: 쓴 시와 편지는 본인이 원할 때만 나눠요.
  • 표현 중심 평가: 시 쓰기는 맞춤법보다 반복과 변주, 비유, 감각적 표현을 살렸는지를 봐요.
  • 교과 연계: 국어(시의 표현, 극 읽기, 문학 창작), 과학(식물의 생활), 미술(나이테 표현)
작품 노트

“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이라는 작가의 문장에서 출발했습니다. 문학 창작과 성장 서사라는 방향에 맞춰, 같은 첫 줄이 계절마다 다시 돌아오는 시극 형식을 택했습니다. 친구의 이사로 시작된 한 해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진한 줄과 연한 줄로 남고, 그 무늬가 새로 온 친구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대본 작품 「다시, 가을이 오면」의 텍스트, 삽화, 구성 및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작가 서연주에게 있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작가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본 작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낭독, 2차적 저작물 작성(각색·번역·영상화 포함), 상업적 이용 및 AI 학습 데이터로의 사용을 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위반 시 관련 법령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인용 시에는 출처(작가명, 작품명)를 반드시 밝혀 주십시오. 공연·낭독·교육 목적의 이용 문의는 전시 주최 측을 통해 작가에게 전달됩니다.

Copyright Notice

© 2026 서연주. All rights reserved. All content of “다시, 가을이 오면 (When Autumn Comes Again)”, including text, illustrations, structure and design, is the property of the author and is protected by copyright law. No part of this work may be reproduced, distributed, transmitted, performed, adapted, translated, used commercially, or used as AI training data without the author’s prior written permission.

© 2026 서연주. 본 작품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배포·전재를 금합니다.

계절·성장 | 초등 고학년 | 문학 연계 | 사계절 시극

다시, 가을이 오면

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

글 서연주

나이테 한 줄을 누르면 그 막으로 가요. 안쪽이 처음이에요.

시극 읽는 법

시극은 시처럼 읽는 연극이에요. 막마다 코러스가 같은 모양의 시로 계절을 열어요. 무엇이 반복되고 무엇이 바뀌는지 들어 보세요.

가을이 오면코러스: 여러 명이 함께, 천천히 낭송해요

나리대사: 인물이 하는 말이에요

무대 모습지문: 보이고 들리는 것. 해설자가 읽어요

편지편지: 쓴 사람의 목소리로 읽어요

등장인물

나리5학년에서 6학년이 되는 아이. 일기를 사흘 쓰고 만다

은우나리의 단짝. 겨울방학에 바닷가 도시로 이사 간다

도담봄에 전학 온 아이. 모르는 걸 모른다고 잘 말한다

엄마나리의 엄마

선생님6학년 담임

코러스3~6명. 계절의 목소리

1막

가을

학교 뒤뜰 그루터기 / 오후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을 내려놓는다
아까워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

학교 뒤뜰. 지난여름 태풍에 쓰러진 은행나무가 베어지고 그루터기만 남았다. 나리와 은우가 그루터기 위에 나란히 앉아 있다. 노란 잎이 발목까지 쌓였다.

은우

(그루터기 위를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이거 봐. 동그라미가 엄청 많아.

나리

나이테잖아. 한 줄이 일 년이래.

은우

근데 왜 어떤 줄은 진하고, 어떤 줄은 연해?

나리

몰라. 여름엔 쑥쑥 크고, 추울 땐 잘 못 커서 그렇대나.

둘이 바깥쪽부터 나이테를 센다. 하나, 둘, 셋… 열에서 은우가 멈춘다.

은우

…나리야. 나 겨울방학 때 이사 가.

은행잎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나리

어디로?

은우

아주 멀리. 바다 있는 데.

나리

(잎을 한 움큼 쥐었다가 놓으며) 괜찮아. 편지 쓰면 되지.

은우

너 편지 안 쓰잖아. 일기도 사흘 쓰고 말면서.

나리

이번엔 써.

종이 울린다. 둘은 일어선다. 나이테는 끝까지 세지 못했다.

2막

겨울

나리의 방 / 밤

겨울이 오면
나무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대신 숨을 고르며
지난 줄을 단단히 붙잡는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책상 위에 ‘은우에게’로 시작하는 편지지가 여러 장 구겨져 있다. 휴대폰 화면에 은우의 메시지가 떠 있다. “여기 바다 진짜 커. 근데 친구가 없어.” 나리는 답장을 쓰다가 지운다.

나리

(편지지에 쓰다 멈추고) “은우야, 여긴 아무 일도 없어.” …거짓말. (구긴다)

나리

“은우야,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이건 너무 찌질해. (또 구긴다)

엄마

(문밖에서) 나리야, 불 끄고 자.

나리

편지 쓰는 중이야.

엄마

(문을 조금 열고) 몇 장째야?

나리

일곱 장. 다 망했어.

엄마

망한 것도 편지야.

구겨진 편지 · 일곱 번째은우야,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그루터기 나이테는 아직 다 못 셌어.
너 오면 같이 세려고 안 셌어.

나리가 구겨진 편지지를 한 장씩 편다. 하지만 봉투에 넣지 않고, 서랍 깊숙이 넣는다. 불이 꺼진다.

3막

봄

6학년 교실 / 새 학년 첫날 아침

봄이 오면
나무는 연한 잎을 내민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 무서워하면서

새 학년 첫날. 은우가 앉던 창가 자리에 낯선 아이가 앉아 있다. 도담이다. 나리는 그 자리를 보지 않으려고 칠판만 본다.

선생님

도담이는 오늘 전학 왔어요. 짝은… 나리가 해 줄래?

나리

(작게) …네.

도담

(웃으며) 안녕. 나 여기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

나리

응.

쉬는 시간. 도담이 혼자 사물함 앞에서 서성인다. 나리는 책상에 엎드린다. 휴대폰이 울린다. 은우의 메시지. “나 오늘 처음으로 누가 먼저 말 걸어 줬어. 내 짝이.”

나리가 메시지를 오래 본다. 고개를 든다. 도담 쪽을 본다.

나리

(일어나며) …사물함 세 번째 칸, 잘 안 열려. 위로 들면서 당겨야 돼.

도담

어? 진짜네! 고마워. 너 이거 어떻게 알았어?

나리

작년에 내 친구 칸이었어.

그날 저녁, 나리는 서랍 속 편지 일곱 장을 꺼내 구김을 펴고 봉투 하나에 넣는다. 창밖 화단에 새싹이 올라와 있다.

4막

여름

학교 도서관 / 백일장 날

여름이 오면
나무는 넓고 연한 줄을 긋는다
햇빛을 너무 많이 먹어서
어디까지 자랐는지도 모른 채

매미 소리. 학교 백일장. 주제는 ‘계절’. 나리와 도담이 마주 앉아 원고지를 앞에 두고 있다. 나리의 원고지에는 제목만 있다. ‘나이테’.

도담

넌 왜 제목만 써 놨어?

나리

쓸 게 너무 많은데, 하나도 못 쓰겠어.

도담

그럼 제일 작은 거부터 써. 나는 수박씨 쓸 거야. (웃는다)

나리

(원고지를 보다가) 작년 가을에… 친구랑 나이테를 세다가 끝까지 못 셌거든.

도담

그럼 그거 써.

나리가 연필을 든다. 쓰다가 지우고, 지우다가 다시 쓴다. 매미 소리가 커진다. 원고지 첫 두 줄이 채워진다.

나리의 원고지

나리

(소리 내어 읽는다) 진한 줄은 아픈 해가 아니라, 단단해진 해라고.

도담

…그거 뭔지 모르겠는데, 좋다.

5막

다시, 가을

학교 뒤뜰 그루터기 / 오후

다시, 가을이 오면
나무는 알게 된다
떨어진 잎은 사라진 게 아니라
제 몸에 동그랗게 남았다는 걸

그루터기 주변에 다시 노란 잎이 쌓였다. 나리가 혼자 와 있다. 손에는 작은 택배 상자. 보낸 사람: 은우.

나리

(상자를 열며) 뭐야, 이거.

상자 안에는 파도에 닳은 둥근 나뭇조각 하나와 편지 한 장. 나뭇조각에도 작은 나이테가 있다.

은우의 편지 · 은우의 목소리로나리야. 여기 바닷가엔 파도에 닳은 나뭇조각이 많아. 이것도 나이테가 있어. 이번엔 끝까지 셌어. 열두 개. 우리 나이랑 같아.
네가 보낸 망한 편지 일곱 장, 다 읽었어. 제일 망한 게 제일 좋았어. “너 없으니까 쉬는 시간이 길어.” 나도 그랬어.
근데 요즘은 조금 짧아졌어.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도담이 은행잎을 밟으며 뛰어온다.

도담

나리야! 백일장 결과 나왔어. 너 상 탔어!

나리

(나뭇조각을 쥔 채) …그래?

도담

안 기뻐?

나리

기뻐. (잠시) 도담아, 이거 같이 세 볼래?

둘이 그루터기 위에 나란히 앉는다. 나뭇조각의 나이테를 함께 센다. 하나, 둘, 셋… 노란 잎이 떨어진다.

열하나, 열둘
그리고 지금 막
하나 더 긋는 중

— 막 —

문학 연계 수업 안내

초등 5~6학년, 2차시(40분 × 2) 기준이에요. 1차시는 시극을 읽으며 시의 표현을 찾고, 2차시는 나만의 계절 시를 써요.

배역 나누기

  • 코러스는 3~6명이 함께 읽어요. 막마다 다른 친구들이 맡으면 다섯 계절의 목소리가 모두 달라져요.
  • 지문은 해설자 한 명이 읽어요. 편지는 쓴 사람(나리, 은우) 역이 읽어요.
  • 코러스는 한 줄마다 숨을 한 번 쉬고 읽어요. 빨리 읽지 않는 것이 시극의 맛이에요.

1차시 · 읽고 찾기

단계시간활동교사 발문
열기5분실제 나이테 사진(또는 나무 단면)을 보며 줄을 세어 봐요.“왜 어떤 줄은 진하고 어떤 줄은 연할까요?”
읽기20분1막~5막 낭독막이 바뀔 때마다 “코러스에서 무엇이 바뀌었나요?”
찾기10분반복과 변주 찾기: 다섯 번의 코러스를 나란히 적고, 같은 말과 달라진 말에 다른 색으로 밑줄 그어요.“계절마다 나무는 무엇을 했나요? 나리는요?”
닫기5분나리의 원고지 문장을 다시 읽고 한 줄 감상을 써요.“‘진한 줄’은 나리에게 어떤 해였을까요?”

과학과 함께 보기실제 나무는 봄과 여름에 넓고 연한 줄을, 늦여름과 가을에 좁고 진한 줄을 만들어요. 겨울에는 거의 자라지 않아요. 그래서 진한 줄과 연한 줄이 한 쌍이 되어 일 년을 이뤄요. 이 시극은 과학 사실을 빌려 마음을 이야기해요. 시가 사실을 어떻게 비유로 바꾸었는지 함께 찾아보세요.

2차시 · 쓰고 나누기

단계시간활동교사 발문
열기5분생각 나누기 질문 하나로 시작해요.아래 질문 중 하나를 골라요.
그리기10분나의 나이테 그리기 (활동 1)“쑥쑥 자란 때와 단단해진 때를 떠올려 봐요.”
쓰기20분“○○이 오면” 시 쓰기 (활동 2), 또는 망한 편지 쓰기 (활동 3)맞춤법보다 내 마음에 맞는 말을 고르도록 격려해요.
닫기5분원하는 친구만 한 연씩 낭송해요. 듣는 친구들은 마음에 남은 낱말 하나를 말해 줘요.“그 낱말이 왜 남았나요?”

생각 나누기 질문

  1. 나리는 왜 편지를 일곱 장이나 쓰고도 서랍에 넣었을까요? 봄에 그 편지를 부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2. 은우는 “제일 망한 게 제일 좋았어”라고 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3. 나리가 도담에게 사물함 여는 법을 알려 준 순간, 나리에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4. 진한 나이테는 ‘아픈 해’일까요, ‘단단해진 해’일까요? 둘 다일 수 있을까요?

활동지

활동 1 · 나의 나이테

  • 지난 일 년을 안쪽부터 계절별로 떠올려요.
  • 쑥쑥 자란 것 같은 계절은 넓고 연한 색으로, 힘들었지만 버틴 계절은 진한 색으로 칠해요.
  • 줄 옆에 낱말 하나씩 적어요. 적고 싶지 않은 줄은 색만 칠해도 괜찮아요.

활동 2 · “○○이 오면” 시 쓰기

코러스처럼 같은 첫 줄을 반복하고, 둘째 줄부터 바꿔 써요. 계절 대신 다른 말을 넣어도 좋아요. 예: “방학이 오면”, “월요일이 오면”, “내가 열세 살이 되면”.

__________이 오면

다시, ______이 오면

활동 3 · 망한 편지 쓰기

지금은 곁에 없는 누군가에게,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써요. 보낼지 말지는 나중에 정해도 돼요. 나리도 봄이 되어서야 보냈으니까요.

지도할 때 살펴 주세요

  • 이별과 상실 경험 배려: 이사, 전학,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학생이 있을 수 있어요. 나이테와 편지 활동에서 힘든 일을 밝히도록 요구하지 않아요.
  • 낭송은 자발적으로: 쓴 시와 편지는 본인이 원할 때만 나눠요.
  • 표현 중심 평가: 시 쓰기는 맞춤법보다 반복과 변주, 비유, 감각적 표현을 살렸는지를 봐요.
  • 교과 연계: 국어(시의 표현, 극 읽기, 문학 창작), 과학(식물의 생활), 미술(나이테 표현)

작품 노트

“지나간 계절이 남긴 선물”이라는 작가의 문장에서 출발했습니다. 문학 창작과 성장 서사라는 방향에 맞춰, 같은 첫 줄이 계절마다 다시 돌아오는 시극 형식을 택했습니다. 친구의 이사로 시작된 한 해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진한 줄과 연한 줄로 남고, 그 무늬가 새로 온 친구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저작권 안내

본 대본 작품 「다시, 가을이 오면」의 텍스트, 삽화, 구성 및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내용의 저작권은 작가 서연주에게 있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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